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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

[천아과록]Linaria-1


Linaria-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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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째의 밤이었는지, 몇 일째의 아침이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.

그것은 이제 갓 어린아이티를 벗어낸 소년에게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으리라.

사고-였다고 소년의 아버지는 몇 번이고 등을 다독였다. 장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, 한손에 잡힐만한 작은 항아리에는 장신구 몇 가지와 반지 따위가 넣어졌다.


실족사(失足死)였다.


산을 넘어가는 노을빛이 죽림 사이를 지나 내려앉은 구름에 틀어막혀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, 바람이 흔들어내는 모양새에 도망치듯 흩어졌다가 다시금 모이는 안개 사이로 긴 행렬이 이어진다. 멀어져가는 곡소리에 소년은 우두커니 제자리에 서서 흐릿하게 사라져가는 상여를 바라본다. 그 모습이 마치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게 통째로 삼켜지는 것 같아서, 잘게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려낸다.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하는 울음을 목구멍너머로 삼키며 소리없이 오열하는 인영 위로 땅거미가 내려앉았다. 아름답던 주황빛은 어느새 어두운 자색으로 바뀌어있었다. 그 흔한 염습이나, 뼛가루조차 찾지 못한 채로 절차뿐인 의식이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.


그리고 슬픔이 채 무뎌지지도 못한 날의 오후, 소년의 아버지는 두 번째로 합환주를 입에 대었다.


- 서 천아, 17.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린 날의 기억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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