소년은 가만히 양 손을 올렸다. 정확히 이마 한가운데를 꿰뚫은 붉은 점이 하나둘 몸 주위를 감싸듯 생겨난다.
어느새 눈앞에 총구를 들이댄 남자를 미동없이 보던 소년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졌다.
"당겨요."
"뭐?"
"셋 셀게요."
"...그 입 닥쳐."
"셋."
"닥치라고 했다."
"둘."
"이 새끼가 진짜..."
"...하나."
BANG. 귀를 찢을듯한 총성이 공간 전체에 울린다. 무너지는 몸체를 향해 약속이라도 한 듯 수많은 총탄이 날아들었다.
-머리가 꿰뚫린 쪽은, 금방까지도 총구를 겨누던 자.
그 짧은 찰나의 순간, 소년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M10을 잡아 옆쪽으로 던져버린 후 이제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그것을 방패삼아 자세를 낮추었다. 그와 동시에 허공을 가르는 총을 낚아채어 손가락 끝에 한바퀴 돌려 잡은 사내는, 거의 다 타들어 간 꽁초를 바닥에 뱉어내곤 빗발치는 총탄사이를 너무나도 유유히 가로질렀다.
한발, 두발. 단조로운 듯 불규칙한 리듬을 가진 사격. 반동을 이용해 부드럽게 이어지는 움직임.
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고, 귓가를 후벼파는 비명속에서 소년은 황홀경에 젖은 웃음을 터트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