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무리 악을 써도 맥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. 톰은 분에 못이겨 차오른 눈물을 손등으로 벅벅 문질러 닦았다.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. 뭐가 그렇게 안되는 게 많아요. 나 형 좋아한다구요. 여전히 건조한 얼굴로 맥은 고개를 저었다. 부정인지, 떨쳐냄인지, 회피인지 그 뜻이 불분명했다. 어느것이더라도 아마 톰의 마지막 말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. 그래, 평생 그렇게 꽁꽁 갇혀서 살아봐요. 난 갈래요. 닫히는 문 뒤에서 그가 좀 움찔거린 것 같았지만 내쳐진 마음으로는 거기에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. 치기였다. 알면서도 톰은 부러 매정하고 싶었다. 제 마음을 알아달라고 할 방법을 그것 말고는 몰랐다. 골을 내고 토라지는 것 말고는 없었다. 진심이 아닌 말이었지만 끝끝내 톰은 그 말을 거두지 않았다.
그리고 어쨌거나 톰의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. 맥의 평생은 그날에서 채 일주일도 더 가지 못했다. 그림자들이 입을 게걸스럽게 움직일 때마다 그가 사라져갔다. 서투르고 난폭한 지우개질에 지워지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. 톰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. 울지도 못했다. 너무 현실감 없는 마지막이었다. 슥삭슥삭 지워지는 그런 죽음.
장례식의 마지막 날이었다. 숙소에 틀어박힌 톰의 따귀를 올려붙이며 정신차려, 하고 말한 오드리가 아니었더라면 톰은 발 끝에서 뿌리가 자라날 때까지 방 한가운데 그렇게 서 있었을 것이다. 제멋대로 움직이듯 부자연스럽게 다리가 움직여 톰을 맥에게로 데려갔다. 땅 아래 푹 꺼진 구덩이. 2미터 깊이의 침대. 거기가 맥의 자리였다. 땅 위를 딛고 선 톰은 그게 자신의 남은 평생간 무슨 수를 써도 메워지지 않을 둘 사이의 거리라는 것을 간신히 깨달았다. 그리고 어마어마한 고통이 뒤따랐다. 톰은 맥이 없는 메트로의 거리를 도로 가로질러 숙소로 향할 자신이 없었다. 그 거리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. 그 안을 영영 표류하게 될 것이었다. 딛고 걸을 땅마저 그의 부재가 낳은 공동空洞이었다.